Panta Rhei : The only constant in life change
만물은 유전하며 같은 상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 인생에서 유일한 상수常數는 변화이다
– 헤라클레이토스
우리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캡션(작품명, 제작 기법, 크기, 제작 연도)뿐만 아니라 작가론, 사회적 배경 등 여러 가지 방법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화법(technique)은 작품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라고 할 수 있으며,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작품을 깊이 있게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서양미술사(History of Art)》의 저자 에른스트 곰브리치(Ernst Gombrich)는 화가의 필법(pictorial technique)에 대해 몇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작가가 작품을 그릴 때 사용하는 기술적인 요소와 방법을 다룬 것으로, 선과 그림자, 색채와 조화, 텍스처와 재료를 말한다. 선은 물체의 윤곽과 형태를 나타내는 데 사용되며 선의 굵기와 스타일은 작가의 의도와 표현력을 반영한다. 그림자는 그림의 입체감과 깊이를 형성하는 표현 방법으로, 작가는 이 그림자를 다루는 테크닉이 필요하다. 색채는 그림의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중요 요소이다. 색채의 선택과 조화로운 배치는 그림의 품격을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텍스처와 재료는 작가의 의도와 스타일을 나타내며 그림의 질감을 형성한다. 곰브리치는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작가가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미적 감각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으며, 화가의 필법 연구를 통해 여러 시대 화가들의 기술적 변화와 발전을 살펴보았으며 미술사의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했다.
《 Still Life of Clan 집단의 정물 》 展은 자신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구도와 작가 특유의 표현법, 분위기를 통해 회화 안에서 공간과 사물, 그리고 작가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성을 역설해 온 이창남 작가의 작업을 소개한다.
이창남은 그의 작업실 사물과 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을 주로 그린다. 자신이 소유하거나 가족, 친구, 지인이 선물하거나 준 물건들은 어떤 계획된 연출이나 특정한 질서 없이 무작위로 놓여 있다. 이창남의 '공간의 정물화'는 작가의 개입이나 인위적인 변형 없이 대상의 원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함으로써 감수성을 담아낸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계속 변하는 작업실에서 마주하는 평범한 사물들은 미적 대상이 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변화하는 사물을 그림에 담기 위해 빛과 그림자가 빚어내는 분위기와 색을 형상화하여 매일매일 조금씩 수정하고 색을 덧입히는 작업을 통해 화면에 기록한다. 작가는 공간과 정물이 가진 차이와 부조화의 세계를 화면에 옮김으로써 진실한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움에 대해 고찰한다.
이번 《 Still Life of Clan 집단의 정물 》 展은 공간과 사물, 작가 자신의 존재와 그 사이의 관계성을 각각의 정물을 통해 은유적으로 담은 이창남의 ‘공간의 정물화’ 신작을 선보인다. 대상을 지속해서 관찰하고 작업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실체에 다가가는 작가의 실험을 들여다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