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한 시간 속에 영원을 담으라.”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 『순수의 전조』 중*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게 하고 찰나의 순간에서 영원을 길어 올리는 수행의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인 블레이크가 모래알 하나에서 우주를 발견했듯 철학자 라이프니츠(G. W. Leibniz) 또한 “물질의 가장 작은 부분 속에서도 식물들이 가득 찬 정원이나 물고기들이 가득 찬 연못과 같은 세계가 존재한다.”**라고 말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최소 단위인 '모나드(Monad)' 안에 온 우주의 질서가 투영되어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사유의 궤적은 이강욱 회화의 여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세포라는 미시적 세계(Atman)와 우주라는 거시적 세계(Brahman)가 결국 하나라는 '범아일여(梵我一如)'의 철학을 바탕으로 캔버스 위에 자신만의 회화적 모나드를 구축해 왔습니다.
개인전 《가장 고요하게 빛나는 Gleaming in Serenity》는 '신(新) 추상회화'의 정점에 서 있는 이강욱의 30년 화업을 관통하는 '역설적 공간'의 변주를 조명합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예술적 근원이 담긴 초기 작품 〈Invisible Space-Line〉 시리즈부터 가장 최근의 사유가 집약된 〈White Gesture〉 시리즈까지 전 시리즈를 아우르며 존재의 근원을 향한 작가의 집요한 탐구 과정을 보여줍니다. 치밀한 선적 질서가 돋보이는 초기작이 보여주는 미세한 존재들이 맺는 관계망의 찬란함에서부터 최근 작업 <White Gesture> 시리즈는 화려한 색의 층위 위에 다시 겹겹이 흰색을 올리는 ‘수렴’의 미학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형상을 덮음으로써 오히려 본질적인 울림인 ‘배음(倍音)’***에 귀 기울이게 하며, 정지된 이미지가 아닌 생동하는 리듬과 시간성을 경험하게 합니다. 초기작의 치밀한 선적 질서는 이후 〈Invisible Space〉 연작으로 이어지며 한층 정제된 조형 언어로 진화합니다. 이른바 ‘쌀알’ 모티프를 통해 미시 세계에 대한 탐구를 확장한 이 시리즈는 생명의 근원적 개체들이 화면 전체에서 상호 공명하는 잠재적 공간을 유기적인 생명력으로 시각화합니다. 이어지는 〈Gesture〉 시리즈는 작가의 신체적 행위를 화면 전면에 본격적으로 드러내며 세포의 분열과 발아 같은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불어넣습니다. 톤과 레이어의 정교한 중첩이 만들어내는 이 파동은 수많은 줄거리가 얽혀 있는 네트워크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최신작인 〈White Gesture〉의 깊은 심연으로 나아가는 미학적인 연결로 작용합니다.
이강욱의 작업은 완성된 결과보다 회화의 평면성을 끊임없이 새롭게 정립해 나가는 ‘과정’ 자체에 그 가치가 있습니다. 무수한 레이어를 쌓고 다시 지워내는 느린 수행의 흔적은 속도와 완결성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 존재를 둘러싼 보편적인 질서와 마주하게 합니다. 미시적 구조와 거시적 우주가 하나로 만나는 이 ‘가장 고요하고도 찬란한’ 회화적 장 안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가 건네는 위로와 평온함을 마주하시길 바랍니다.
*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는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로 낭만주의 시대의 가장 독창적이고 선구적이었던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이성 중심의 계몽주의 시대에 반대하며 인간의 상상력과 영적 통찰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자신만의 독특한 신화 체계를 창조하고 이를 시와 그림으로 표현한 신비주의적 예술가였다. 인용문의 시 〈순소의 전조 Auguries of Innocence〉 (1803)로 잘 알려져 있다.
** 고트프리트 발헬름 라이프니츠, 배선복 역, 『모나드론 외』, 책세상, 2019
*** 배음(倍音) 배음은 소리의 기본 진동 외에 겹쳐진 조화로운 울림을 뜻하며 철학자 메를로 퐁티(Merleau-Ponty)는 수영장의 푸른색이 물 자체의 색인지 아니면 바닥에 칠해진 색이 물을 통과하여 만들어내는 ‘색의 공명이자 세계의 울림’인지 묻기 위해 이 개념을 사용했다. 즉 눈에 보이는 표면 너머에서 전해지는 본질적인 여운이나 흔적을 의미한다. 이강욱의 작업에서 화면의 다층적인 레이어 너머에서 배어 나오는 본질적인 공명과 보이지 않는 존재의 흔적을 의미하며 이는 표면의 형상을 넘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공간 안쪽의 깊은 심연과 세계의 울림을 마주하게 하는 미학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INSTALLATION VIEWS
※ 본 전시 기간 중 일부 작품의 교체나 위치 변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WORKS
Lee Kang Wook, Invisible Space_Line-06064, 2006, mixed media on canvas, 97x162cm
Lee Kang Wook, Invisible Space_19027, 2019, mixed media on canvas, 97x162cm
Lee Kang Wook, Invisible Space_22022, 2022, mixed media on canvas, 80x130cm
Lee Kang Wook, White Gesture_25066, 2025, mixed media on canvas, 80x130cm
Lee Kang Wook, Invisible Space_Line-070115, 2007, mixed media on canvas, 61x91cm
Lee Kang Wook, Invisible Space_Line-07126, 2007, mixed media on canvas, 61x91cm
Lee Kang Wook, Invisible Space_Line-08028, 2008, mixed media on canvas, 61x91cm
Lee Kang Wook, Invisible Space_13063, 2013, mixed media on canvas, 61x91cm
Lee Kang Wook, Invisible Space_20023, 2020, mixed media on canvas, 61x91cm
Lee Kang Wook, gesture-25030, 2025, mixed media on canvas, 61x91cm
Lee Kang Wook, White Gesture_25082, 2025, mixed media on canvas, 61x91cm
Lee Kang Wook, gesture-20058, 2020, mixed media on canvas, 60x60cm
Lee Kang Wook, gesture-20061, 2020, mixed media on canvas, 60x60cm
Lee Kang Wook, White Gesture_24052, 2024, mixed media on canvas, 45.5x60.6cm
Lee Kang Wook, White Gesture_s25053, 2025, mixed media on canvas, 33.4x45.2cm
Lee Kang Wook, White Gesture_s25054, 2025, mixed media on canvas, 33.4x45.2cm
Lee Kang Wook, White Gesture_s25058, 2025, mixed media on canvas, 33.4x45.2cm
Lee Kang Wook, White Gesture_s25060, 2025, mixed media on canvas, 33.4x45.2cm
Lee Kang Wook, White Gesture_s25061, 2025, mixed media on canvas, 33.4x45.2cm
Lee Kang Wook, White Gesture_s25062, 2025, mixed media on canvas, 33.4x45.2cm
Lee Kang Wook, White Gesture_s25063, 2025, mixed media on canvas, 33.4x45.2cm
Lee Kang Wook, White Gesture_s25064, 2025, mixed media on canvas, 33.4x45.2cm
Lee Kang Wook, White Gesture_s25065, 2025, mixed media on canvas, 33.4x45.2cm
Lee Kang Wook, White Gesture_s25067, 2025, mixed media on canvas, 33.4x45.2cm
Lee Kang Wook, White Gesture_s25068, 2025, mixed media on canvas, 33.4x45.2cm
Lee Kang Wook, White Gesture_s25070, 2025, mixed media on canvas, 33.4x45.2cm
Lee Kang Wook, Invisible Space - P25001, 2025, mixed media on canvas, 24.2x33.4cm
Lee Kang Wook, Invisible Space - P25003, 2025, mixed media on canvas, 24.2x33.4cm
Lee Kang Wook, Invisible Space - P25004, 2025, mixed media on canvas, 24.2x33.4cm
Lee Kang Wook, Invisible Space - P25005, 2025, mixed media on canvas, 24.2x33.4cm
Lee Kang Wook, Invisible Space - P25006, 2025, mixed media on canvas, 24.2x33.4cm
Lee Kang Wook, The Gesture - P22002, 2022, mixed media on canvas, D 50cm
Lee Kang Wook, The Gesture - P23030, 2023, mixed media on canvas, D 40cm
Lee Kang Wook, The Gesture - P25049, 2025, mixed media on canvas, D 40cm
Lee Kang Wook, The Gesture - P25053, 2025, mixed media on canvas, D 4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