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이호인·최모민 2인전 'Trace'·정고요나 개인전 'Performing 사적인 순간들' 外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Perfect Moment, 2025, oil on canvas, 130.3 x 193.9cm. 페이토 갤러리
출처 : 아시아경제(https://www.asiae.co.kr)  
이호인·최모민 2인전 'Trace'
시간은 캔버스 위에서 곧장 사라지지 않는다. 누크갤러리에서 열리는 이호인·최모민 2인전 'Trace'는 회화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덮어버리며, 그 과정에서 어떤 밀도를 얻는지를 보여준다. 이호인은 이전 이미지의 흔적을 지우고 덮으며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놓인 풍경을 만든다. 푸른 밤, 흰 방, 노란 길 같은 제목 아래 놓인 화면들은 풍경처럼 보이지만 특정 장소로 쉽게 닫히지 않는다. 화면 아래 남은 옛 흔적과 새로 얹힌 색면이 겹치며, 지나간 시간이 회화의 구조가 된다.
최모민은 방 안의 풍경을 그린다. 방은 단순한 실내가 아니라 몸이 머물고 생각이 고이는 장소다. '노란방',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방', '웅덩이' 속 사물과 인물은 또렷한 서사를 만들기보다 생활의 습도와 불안을 남긴다. 그리고 덮고, 다시 해체하는 과정은 사적인 공간을 기억과 감각의 무대로 바꾼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하지만, 화면에 남은 흔적을 통해 시간이 어떻게 회화의 물질이 되는지 묻는다. 신작 2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누크갤러리.

정고요나 개인전 'Performing 사적인 순간들'
정고요나의 화면에서 사적인 순간은 더 이상 사적이지 않다. 페이토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Performing 사적인 순간들'은 SNS 시대의 삶이 어떻게 연출되고, 그 연출이 다시 한 사람의 표정과 자세가 되는지를 묻는다. 그림 속 인물들은 정면으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몸의 일부, 손, 다리, 옆얼굴, 거울 속 시선으로 남는다. '완벽한 순간'의 축하 장면, '나를 향한 시선'의 카메라, '의도된 우연'의 손과 발은 모두 친밀해 보이지만 어딘가 계산된 장면이다. 작가는 그 불편한 간격을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가 아니라 유화의 느린 표면으로 붙잡는다.
화면은 부드럽고 세련돼 보이지만, 그 안의 감정은 단순히 아름답게 정리되지 않는다. '아무일도 없는 오후처럼'의 고요한 몸, '보이지 않는 시선'의 검은 고양이와 소파 아래 손, '숨겨진 말'의 잘린 얼굴은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는 듯하면서도 결국 보는 사람 자신의 시선을 되돌려준다. 정고요나는 디지털 이미지의 반짝임을 회화로 옮겨오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이미지가 감추고 있는 고독과 자기연출의 피로를 드러낸다. 전시는 27일까지, 서울 중구 페이토갤러리.

야스히토 가와사키 개인전 'Blue Blue Bear and Green, Blue Blue Bear and Sea'
파란 곰은 귀엽지만, 그 귀여움은 생각보다 조용히 불편하다. 리나갤러리 서울에서 열리는 야스히토 가와사키 개인전 'Blue Blue Bear and Green, Blue Blue Bear and Sea'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푸른 곰, 사과, 새, 소년과 소녀, 호랑이를 통해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을 되묻는다. 화면은 동화책처럼 맑고 단순하다. 하지만 그 안의 질문은 가볍지 않다. 바다와 숲, 강과 산은 누구의 것인가. 인간의 생활권에 나타난 곰을 '침입자'로 부르기 전, 그들이 살던 숲을 먼저 바꾼 것은 누구였는지를 묻는 식이다.
가와사키의 회화와 세라믹은 자화상에서 출발하지만 한 사람의 얼굴에 갇히지 않는다. 푸른 곰은 작가의 내면에 남은 유아적 감각이자, 인간이 잃어버린 순수성의 다른 이름처럼 보인다. 파랑새는 가까운 곳의 행복을, 사과는 설명보다 먼저 움직이는 감각을, 호랑이는 되고 싶었으나 끝내 닿지 못한 마음의 간극을 품는다. 전시는 자연과 인간을 대립시키기보다, 서로 다른 생명들이 같은 화면 안에서 잠시 자리를 나눠 갖는 장면을 만든다. 회화와 세라믹을 함께 선보이는 전시는 7월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리나갤러리 서울.


JUNE 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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