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빛이 나를 불렀다." 변연미 개인전 《스스로 그러한 숲》
컬처램프
함혜리 대표기자 
변연미, 다시 숲 25-42_162x230cm_acrylic, coffee grounds on canvas_2025
출처 : 컬처램프(https://www.culturelamp.kr) 

5월 28일~ 6월 18일, 노화랑
'숲의 화가'  변연미(b.1964)는 자연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신체의 감각과 존재의 흐름을 회화로 풀어내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하늘을 향해 뻗은 나무 줄기와 나뭇잎, 뒤엉킨 덩굴로 가득한 깊은 숲 속에서  그가 만난 것은 빛이었다. 어떠한 풍파 속에서도 숲의 어딘가를 비추는 빛은 연두색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생명의 힘을 느끼게 했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오랜 시간 숲을 중요한 주제로 삼아 감각과 인식의 장을 확장해 온 변연미의 개인전  《스스로 그러한 숲》이 인사동  노화랑에서 28일부터 6월 1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일상적으로 마주해 온 프랑스의 숲, 특히 뱅센느 숲을 포함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산책은 작가에게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작업의 출발점이자 사유의 방식이다. 숲을 걷는 동안 그는 나무와 빛, 공기,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감각하며 ‘본다’는 행위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탐색한다. 작가에게 숲은 하나의 풍경이 아니라 빛과 시간, 감각이 중첩된 총체적 경험으로 자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2년부터 2026년까지의  숲 작업의 스펙트럼을 펼쳐 보인다. 대부분 작품이 프랑스의 숲이며 지난 해 제주 곶자왈 숲을 그린 400호짜리 대작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20여년간 지속된 작가의 숲 탐구는  자연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안식의 표상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1999년 프랑스를 강타했던 태풍 이후 무참히 쓰러진 나무들을 마주한 경험은 작가의 작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작가는 "산책을 하면서 안정적인 대상으로 바라만 보던 숲의 질서가 태풍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파괴되는  것을 보면서  압도적인 힘 앞에 선 인간의 무력감과 유한함을 깨닫게 됐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쓰러진 자리에 새 잎이 돋으며 스스로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이전의 질서로 회복되어가는 숲을 보고 더 깊은  순환의 진리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자연을 안정된 대상으로 바라보던 시선에 균열을 일으키며, 숲을 예측할 수 없는 힘과 순환의 구조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작업에서 숲은 특정 장소의 재현을 넘어선다. 화면 속 나무와 잎, 빛의 흔적들은 구체적 형상을 유지하면서도 해체와 재구성을 반복하고, 관람자로 하여금 대상을 인식함과 동시에 감각적으로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숲을 고정된 장면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식의 장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이다. 작가에게 숲은 외부의 풍경이자 내면의 사유 공간이다.

변연미의 숲은 사실적이지만 동시에 추상적이면서 비현실적이다. 낯익으면서도 동시에 생경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가지와 중첩된 색의 층위,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빛은 깊이를 형성하며 관람자의 시선을 화면 안으로 끌어들인다. 가까이에서는 물감의 물질성과 붓질의 흔적이 드러나고, 멀어질수록 숲은 하나의 공간으로 작동하며 감각적 몰입을 유도한다. 그의 작업은 재현과 추상, 형태와 감각 사이를 오가며 숲을 경험하는 방식을 이어왔다.

변연미의 숲 시리즈는 '검은 숲', '다시 숲'을 통해 커피 가루를 이용한 독창적인 기법으로 강렬하고 깊이 있는 질감을 만들어내며 숲의 밀도와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그의 숲 작업은 드립커피용 커피가루를 말려 미디엄에 개어 대략적인 스케치를 한 뒤 그 위에 아크릴로 그림을 그린다. 작가는 "자연이 파괴되었을 때의 느낌을 색으로만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고민하던 중 드립커피의 필터에 남은 커피가루를 말려서 사용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 시도해 봤는데 효과가 좋았다"며 "거친 질감과 공간감을 살릴 수 있어서 마티에르로 커피가루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자연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환기하며, 감각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려는 작가의 태도를 드러낸다. 변연미에게 숲은 끝내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존재이자, 매번 새롭게 마주해야 하는 대상이다. 익숙한 자연의 이미지에서 출발해 그 너머의 낯선 감각으로 나아가는 그의 회화는 관람자로 하여금 ‘보는 것’의 의미를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추계예술대학을 졸업한 변연미 작가는 1994년부터 파리에서 작업하고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근교의 드렁시 샤토 라두셋트(2018), 부산 갤러리 523 쿤스트독 (2021), 프랑스 루앙 메종드유니버시티(2022), 갤러리 월하아트(2024) , 페이토갤러리(2025)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독일 징겐의 뮤지엄 아트앤카 (2024),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2025)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


MAY 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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