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so far as this mask represents the conception we have formed of ourselves—the role we are striving to live up to—this mask is our truer self, the self we would like to be.”
역할에 맞는 행동을 하려고 분투하면서 우리가 구축해온 스스로에 대한 관념을 가면이라 한다면, 가면은 우리의 참 자아, 우리가 되고 싶어 하는 자아다.
– 어빙 고프먼 Erving Goffman (1922 - 1982)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나의 '연극적 공연'으로 정의하며 일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인간이 행하는 모든 몸(Management)의 산물로 봤습니다. 『자아 연출의 사회학』에서 역할에 맞는 행동을 하려고 분투하면서 우리가 구축해 온 스스로에 대한 관념을 가면이라고 한다면 가면은 우리의 참 자아, 우리가 되고 싶어 하는 자아라고 말했습니다.* 고프먼에게 자아란 내면의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관객이 기대하는 배역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발생하는 '극적 효과' 그 자체인 것입니다. 보리스 그로이스(Boris Groys, 1947~)는 이러한 '수행성'이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더 가속화되었음을 지적합니다. 그는 현대인이 SNS를 통해 자신의 아바타와 공적 페르소나를 생산하는 행위를 '셀프 디자인(Self-Design)'이라 부르며 이것이 과거에는 개인의 권리였으나 이제는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불가피한 '의무'가 되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고프먼이 가면을 벗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정의했던 '후면 영역(Back Region)'인 침실이나 욕실 같은 사적 공간조차 이제는 SNS라는 '전면 영역(Front Region)'으로 끊임없이 호출되어 전시되고 있습니다.
《Performing, 사적인 순간들》 展은 ‘가면이 곧 참 자아(Truer Self)**가 된 현대인의 수행적(Performing) 태도가 극대화되는 순간을 포착한 정고요나의 신작을 소개합니다. SNS 시대의 연출된 삶과 동시대인의 시선을 예리하게 포착해온 정고요나는 이번 전시에서 타인의 일상을 엿보는 듯한 시선, 사적으로 편집된 순간들과 부분적으로 크롭한 여성의 신체를 통해 친밀함과 고독이 공존하는 동시대의 감각을 작가 특유의 긴장감과 섬세함으로 담아냅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화면과 부드럽게 번지는 색감이 불러오는 패셔너블한 감각과 회화적 밀도를 결합한 정고요나의 작업은 동시대 회화 안에서도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보여줍니다.
2024년 전시의 ‘부유하는 시선’에서 탐구했던 미디어의 ‘시선’과 ‘필터링’의 문제를 한층 더 내밀한 층위로 심화시켜 타인의 일상을 관찰하며 발생하는 ‘부유하는 시선’에 주목했다면, 이번 신작들은 그 시선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기념비적으로 연출하며 ‘포즈(Pause)’를 취하는 현대인의 수행적 태도를 직시합니다. 특히 아른거리는 빛으로 장면을 연출하던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프레임 안에 고정된 인물의 멈춘 자세, 즉 포즈(Pause)가 지닌 조각적이고 기념비적인 성격에 집중합니다. 이것은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려는 현대인의 욕망을 담아내는 동시에 휘발되는 가상의 이미지에 실존적인 무게를 부여하려는 미학적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라는 말 뒤에 숨겨진 현대인의 실존적 고독과 결핍을 유화라는 느린 매체로 번역해 낸 정고요나의 작업은 우리가 누구를 위해 스스로를 연출하고 디자인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연출된 평온함 그 이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을 포착하여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관람객은 작품 속 인물의 내밀한 의식 세계에 머무름으로써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감정의 층위를 발견하고 가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동시대적 풍경 속에 잃어버린 ‘내적 친밀감'을 회복하는 예술적 공존의 장을 마주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 ”역할에 맞는 행동을 하려고 분투하면서 우리가 구축해온 스스로에 대한 관념을 가면이라 한다면, 가면은 우리의 참자아, 우리가 되고 싶어하는 자아다.”(영어 원문 "In so far as this mask represents the conception we have formed of ourselves—the role we are striving to live up to—this mask is our truer self, the self we would like to be.") 이 구절에서 고프먼은 우리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쓰는 ’가면’이 단순히 본모습을 숨기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되고자 하는 열망하는 이상적인 자아의 투영이자 인성의 핵심적인 성분이라고 설명한다. 어빙 고프먼, 진수미 역, 『자아 연출의 사회학』, 현암사, 2026, p. 34.
** 일반적인 ‘True Self’ 가 아닌 ‘Truer(더 진실한) Self’라고 표현한 것은 우리가 되고 싶어하는 이상적인 자아(가면)가 단순히 생물학적인 개인보다 인성의 핵심을 더 잘 보여준다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고프먼은 그의 저서 『자아 연출의 사회학』에서 우리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쓰는 ‘가면’을 설명할 때 “truer self”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했다.
INSTALLATION VIEWS
WORKS
Jung Goyona, Perfect Moment, 2025, oil on canvas, 130.3 x 193.9cm
Jung Goyona, Like an Idle Afternoon, 2025, oil on canvas, 162.2 x 112.1cm
Jung Goyona, Staged Chance, 2026, oil on canvas, 116.8 x 80.5cm
Jung Goyona, Lingering Moment, 2026, oil on canvas, 100.0 x 72.7cm
Jung Goyona, Veiled Gaze, 2026, oil on canvas, 65.1 x 53.0cm
Jung Goyona, Elusive Moment, 2026, oil on canvas, 117.0 x 72.7cm
Jung Goyona, Invisible Gaze, 2026, oil on canvas, 90.9 x 65.0cm
Jung Goyona, The Gaze Toward Me, 2026, oil on canvas, 90.0 x 65.3cm
Jung Goyona, Time Passing By, 2025, oil on canvas, 117.0 x 80.5cm
Jung Goyona, Hidden Moment, 2026, oil on canvas, 53.1 x 72.8cm
Jung Goyona, Concealed Words, 2026, oil on canvas, 40.9 x 53.0cm
Jung Goyona, Intimate Secrecy, 2026, oil on canvas, 40.9 x 53.0cm
Jung Goyona, Unresolved Moment, 2026, oil on canvas, 72.7 x 60.6cm
Jung Goyona, Fissure of Sight, 2026, oil on canvas, 72.7 x 60.6cm
Jung Goyona, The Reflection Beyond, 2026, oil on canvas, 40.9 x 53.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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