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érotisme est l’approbation de la vie jusque dans la mort.”*
“Eroticism is assenting to life up to the point of death.”
에로티즘은 삶의 긍정이다..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Georges Bataille, 1897 - 1962)*
조르주 바타유는 에로티즘을 단순한 성적 충동이 아닌 인간이 개별적 존재의 경계를 넘어 연속성으로 나아가려는 내적 경험으로 봤다. 사회는 금기를 통해 질서를 유지하지만 동시에 그 질서를 흔드는 위반의 순간을 통해 스스로를 갱신한다. 금기와 위반, 질서와 파열은 인간 존재의 양가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바타유는 『저주받은 몫』에서 이를 '낭비(dépense)'의 경제학으로 확장한다. 생산과 축적의 체계는 잉여를 만들어내며 그 잉여는 결국 소모ㆍ희생ㆍ축제의 형식으로 분출하고 이를 통해 순환한다.** 이러한 초과의 논리는 디오니소스 제의와 구조적으로 닿아 있다. 또한 파열은 파괴가 아니라 존재의 연속성으로의 귀환인 것이다.
《Tropics: 한 입, 두 조각, 여러 구멍》 展은 이러한 파열의 감각을 통해 문명적 규범과 본능적 충동 사이의 긴장을 가시화한 김한나의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열대 과일의 과육과 절개된 단면을 인간의 피부와 본능으로 치환한 연작을 통해 감각과 상상이 교차하고 신체적 제스처와 강렬한 질감의 변주를 담았다.
김한나가 관찰한 열대과일의 물질성 (농익어 터지는 과육, 칼날 아래 드러나는 내부의 결, 흘러내리는 과즙)은 ‘과잉과 전이의 감각’을 환기한다. 과일을 베어 물고, 쪼개고, 손으로 움켜쥐는 행위는 일상의 식용을 넘어선 제의적 몸짓을 연상시킨다. 한 입의 탐닉, 두 조각의 파열, 여러 구멍의 사유가 교차하는 작업들은 억압된 것에서 터져 나오는 지점에서 또 다른 시작이 발생한다는 통찰은 바타유의 에로티즘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김한나는 구조가 갈라지는 순간을 포착함으로써 우리가 감추어 온 감각의 지층을 드러낸다. 절개된 단면, 갈라진 구조, 드러난 중심은 통제된 표면 아래 잠복해 있던 에너지가 외부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그것은 부패와 생성, 해체와 형성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상태로 하나의 질서가 흔들리며 다른 질서로 이동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장면은 불안정하지만 동시에 생동하는 생명력을 분출한다. 파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붕괴는 또 다른 형성의 조건이 되어 열대과일은 더 이상 소비의 대상이 아닌 경계가 이동하는 순간을 드러내는 물질이 되는 것이다.
* 조르주 바타유, 『에로티즘』, 민음사, 2009(원저 『L'Érotisme』, 1957)
** 상동, 『저주받은 몫』, 문학과지성사, 2000(원저 『La Part maudite: Essai d’économie générale』,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