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토갤러리, 김민석-이가진-하태임 작가 展..."곡선의 미학 (The Aesthetics of Curves)"
아트앤비즈
김진부 기자
출처 : 아트앤비즈 (https://artnbiz.com)
"화면을 부드럽게 가로지르는 선들의 흐름을 따라 그 속에 축적된 인내의 시간과 예술이 선사하는 유연한 위로를 마주하는 전시"
페이토갤러리는 오는 2월 14일까지 김민석 작가, 이가진 작가, 하태임 작가의 작품을 모은 전시, '곡선의 미학 (The Aesthetics of Curves)'을 진행하고 있다.
김민석은 디지털 툴의 매끄러운 조형 원리를 아날로그적 붓질로 번역하여 ‘실존의 무게’를 담은 입체적 형상을 구축하고 있다. 갤러리 관계자는 "픽셀로 이루어진 가상의 볼륨감을 수만 번의 덧칠을 통한 물리적 양감으로 치환하는 작업 과정은 본질이 부재한 시대를 향한 작가의 응답이다. 화면 속 사물들이 지닌 올록볼록한 곡선은 시각을 넘어 손끝에 잡힐 듯한 촉각적 실재감을 부여한다."라고 설명했다.
이가진은 전통 청자의 시각언어를 전복시켜 공간을 점유하는 푸른 흐름을 창조하는 작가다. 갤러리 관계자는 "담는 기능을 수행하는 도자의 내부를 비우고 대신 표면에 청자 유약 특유의 투명한 부피감을 채워 넣어 가마 안에서 불과 시간이 빚어내는 유려한 곡면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과 매끄러운 생명력을 동시에 담아낸다.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도자의 새로운 서정적 경험을 보여준다."라고 언급했다.
하태임 작가에 대해 갤러리 관계자는 "작가 하태임의 곡선은 반복되는 행위가 캔버스 위에 남긴 ‘유동하는 호흡’이다. 신체의 회전 반경을 따라 그어 내려간 색씨들을 겹겹이 쌓으면서 낱낱의 색채가 지닌 고유한 기억을 화면 위로 소환한다. 수많은 결이 중첩되어 완성된 곡선의 선율은 시각적 리듬을 넘어 언어 너머의 세계와 조우하게 하는 통로가 됩니다. 정교한 질서 속에 피어난 곡선은 정서적 해방감과 명상을 동시에 선사한다."라고 밝혔다.
[작가소개]
김민석 Minseok Kim (b.1996)
김민석은 디지털 툴이 제안하는 무결한 조형미를 아날로그적인 붓질의 밀도로 치환하여 본질이 소외된 시대에 손끝으로 만져질 듯한 ‘입체적 덩어리’를 통해 실존의 무게를 묻는 작가입니다. 현대 사회의 디지털 환경이 인간의 감각을 어떻게 단순화하고 파편화하는지 주목하여 작업을 시작한 김민석은 초기에는 벨라스케스나 고야 같은 거장의 화풍을 독학으로 연구하여 페르난도 보테로를 연상케 하는 풍만한 양감을 탐구했습니다. 곧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 자신만이 독창적인 시각언어로 발전시킨 김민석은 마티스의 〈Dance〉나 반고흐의 정물화 등 클래식한 명화의 도상을 차용하되 이를 그래픽 툴의 3D 브러시 툴과 같은 디지털 논리로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는 작업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사물의 본질을 중시하던 고전적 이미지와 표면적 경험만 남은 현대적 감각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이자 김민석만의 ‘디지털-아날로그 하이브리드’ 회화로 진화하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김민석 작업의 핵심은 덩어리와 매끄러운 그라데이션에 있습니다. 언뜻 보면 정교한 디지털 그래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크릴 물감을 수차례 덧바르고 건조하는 지극히 노동집약적인 아날로그적인 회화 과정을 통해 작업을 완성합니다. 직접 조색한 물감을 여러 레이어로 겹쳐 쌓아 올리고 평면의 캔버스 위에 실재하는 듯한 입체적인 부피감을 부여합니다. 화면 속 인물과 사물, 배경은 올록볼록한 덩어리의 형태로 단순화되어 존재감을 드러내고, 실체 없는 픽셀 데이터가 지배하는 현시대에서 회화가 가질 수 있는 물리적 실재감과 물질의 힘을 증명합니다.
독학으로 미술의 길을 개척한 김민석은 2024년 안다즈 서울 강남에서의 개인전을 비롯해 더 프리뷰 성수 등 주요 아트페어와 전시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마티스의 명작을 오마주한 작품을 선보이며 ‘90년대생 블루칩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이미지의 조형적 단위를 회화적 질감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통해 가상과 실제의 경계에서 현대 회화가 나아갈 새로운 미적 가능성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가진 Lee Ka Jin (b.1985)
전통 청자의 시각 언어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고 두터운 유약의 ‘물질적 상상력’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관계의 깊이를 포착하는 이가진은 한국 전통 청자를 현대적 미감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매진해 왔습니다.
초기 〈Waterdrop〉 시리즈에서 도자의 전통적인 상징인 호(壺)의 구조 안에 청자 특유의 비색을 담았습니다. 점차 ‘그릇’이라는 기능적 범주에서 벗어나기를 시도한 이가진의 작업은 〈Dewdrop〉 시리즈에서 내부 공간을 뒤집어 입구를 없앤 ‘무용한 볼륨’을 창조하고 벽에 거는 설치 작업을 통해 입체와 평면의 경계를 허물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Fluidity〉 시리즈에서는 유약을 물감처럼, 흙을 종이처럼 다뤄 도자공예를 현대적 회화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물질의 본질에서 출발해 인간 사이의 사회적 관계와 소통이라는 개념적 주제로 나아가는 이가진의 작가적 진화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가진은 보통 얇게 입히는 유약을 덩어리째 두껍게 쌓아 올리는 방식을 통해 청자의 푸른 색감에 입체적인 깊이와 생명력을 부여합니다. 가마 속에서 구워지며 흙과 유약이 반응해 만들어내는 우연적인 흐름과 매끄러운 곡선은 작가의 인내와 시간이 축적된 결과물입니다. 도자라는 기물의 쓰임새를 상징하는 구멍이나 부피감을 제거한 이가진의 작업은 도자에서 순수한 조형물로 마주하게 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도자공예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가진은 파엔자 국제도자공모전에서 입선, 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의 수상 등을 통해 국제적인 역량을 인정받았습니다. 국내외 유수 미술관, 갤러리, 도자 비엔날레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경기도자미술관을 포함한 다양한 기관, 기업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청자를 통해 현대인의 감각과 관계를 담아내는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한 이가진은 한국 현대 공예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하태임 Ha Taeim (b.1973)
하태임은 신체의 궤적이 그려낸 유연한 곡선과 그 속에 겹겹이 쌓인 맑은 색채의 층위를 통해 조형적 리듬감을 넘어 인간의 감정과 기억이 흐르는 ‘곡선의 미학’을 보여주는 작가입니다. 1990년대 프랑스 유학 시절 문자와 기호를 화면에 나열하며 소통의 불가능성과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탐구하는 작업에 몰두한 하태임은 초기에는 캔버스 위에 일기처럼 써 내려간 문자나 기호적 형상을 통해 인간의 내면적 독백을 시각화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점차 언어의 구체적인 지시성은 사라지고 문자는 추상적인 곡선의 형태로 변모하였고, 하태임의 대표적 조형 언어인 ‘컬러밴드(Color Band)’가 탄생하게 됩니다.
하태임의 작업은 ‘통로(Un Passage)’라는 일관된 주재 아래 수없이 반복되고 중첩되는 색 띠의 향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투명도가 높은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수십 번 붓질을 쌓아 올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색의 투명성과 깊이를 캔버스에 담습니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컬러 밴드들은 화면 위에서 서로 교차하고 색이 겹쳐지며 시각적인 리듬감과 음악적 선율을 만들어냅니다. 컬러 밴드는 단순한 색채의 배치를 넘어 작가의 신체적 움직임이 축적된 시간의 기록이자 감정의 층위입니다. 맑고 경쾌한 색색의 띠는 지워짐과 동시에 생성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시각적 곡선을 공감각적인 공간으로 치환합니다.
색채를 통해 감각적인 소통을 지향하는 하태임의 컬러 밴드는 고유한 감정을 상징합니다. 컬러 밴드로 이루어진 화면은 고정된 의미를 강요하지 않는 열린 구조로써 화면 위 색채의 통로를 따라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투영하는 과정에서 작가와 관람자 사이의 소통(Passage)이 완성됩니다. 오직 색과 면, 선의 조화로만 구성된 하태임의 회화는 현대인들에게 복잡한 언어 너머에 존재하는 순수한 미적 체험의 순간을 선사합니다.
프랑스 파리 국립 미술학교(ENSBA)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에서 미술학 박사를 취득한 하태임은 1995년 개인전을 시작하여 서울, 파리, 베이징, 독일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20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개최하며 독보적 입지를 다져왔습니다. 1999년 모나코 국제 현대 회화전에서 ‘모나코 왕국’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가구, 와인, 향수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회화의 영역을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모나코 현대미술관, 아모레 뮤지엄, 삼성전자 등 국내외 기관, 갤러리, 미술관 등 다양한 곳에 소장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