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철은 이미지가 담고 있는 정보는 ‘전달’ 과정을 통해 무의미해지거나 혹은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언어 이미지는 가장 직접적인 정보 전달 수단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사회적, 개인적 의식이 내포되어 있어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대철은 작가적 창조행위 – 해체와 반복, 끊임없는 보색 대비 등을 통해 글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의미를 조명하여 작가만의 조형적 이미지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는 ‘사랑’과 관련한 감정이 담긴 언어나 ‘어’와 ‘오’ 같은 의미 없는 감탄사들이다. 이대철은 ‘감정’이란 것이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지만, 그것을 정의할 수 없는 지점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한다. 한 글자를 여러 개의 알록달록한 레이어가 결합된 방식으로 글자를 조형적으로 표현한 작품 <Love> 시리즈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진 익숙한 형태를 뒤틀거나 다양한 이미지를 중첩하기도 하고, 강렬한 색의 대비로 표현하여 입체적이면서 회화적인 느낌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 마치 그라피티(Graffiti)같이 보이기도 한다. “너 없이는 못 살아”, “네가 세상의 전부야” 같이 연인 사이에 흔히 할 수 있는 사랑의 언어를 바탕으로 작업한 <Nothing Without You>, <You are Everything>과 같은 작품에서는 순간의 감정에 충실했던 말들을 뒤죽박죽 섞어서 읽을 수 없게 표현하거나 글자 뒤에 또 다른 글자를 숨겨 놓음으로써 시간이 변화하면서 같은 말의 의미가 달라짐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그것을 비유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언어적 방식이 존재하지만, 그것 자체가 무엇인지 결코 정의 혹은 합의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담은 언어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런 ‘감정’이란 것이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지만, 그것을 정의할 수 없는 지점에서 자신의 조형 언어를 통해 시각 이미지 안에 있는 다양한 의미가 재해석 되거나 무의미해지기를 원하고 있다.
이대철은 시각예술가로, 언어와 글자 안에 담긴 숨은 의미를 조형적 이미지로 나타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는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글자의 의미를 해석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실재하는 것의 불확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이대철의 작품은 고정된 이미지에 숨겨진 다양한 의미를 발견하려는 시각적 탐구의 과정을 거쳐 글자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양한 철학적인 내용을 전달한다. 이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개인의 경험과 기억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단순히 '무엇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바라보는 것에 대한 집중을 통해 시각적 탐구의 과정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작가는 2009년 첫 개인전 <Invisible Visuality>(덕원갤러리)을 시작으로 열 세번의 개인전과 수십 여 건이 넘는 전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기업간의 콜라보레이션 및 공연에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대철의 작품은 러쉬 코리아, 동화제약, 롯데 애비뉴, 한국 나이키, Planit, MIDO 등 여러 곳에 소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