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토 갤러리, 구지윤, 김한나, 신준민, 이윤서 《Emotional Landscape》展 개최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Emotional Landscape》 展 /페이토 갤러리 
출처: 핸드메이커 (https://www.handmk.com)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페이토 갤러리에서는 10월 24일부터 11월 23일까지 개인의 경험과 기억, 다양한 일상 장면과 자연 풍경에서 얻은 이미지 등을 작가의 주관적인 감정을 거쳐 창조된 새로운 화면을 보여주는 구지윤, 김한나, 신준민, 이윤서 4人의 추상회화 작업을 《Emotional Landscape》展을 기획했다. 


추상회화는 자연현상이나 사물의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것을 찾고자 한 매우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조형 작업으로 특히 현대의 추상회화는 현실의 외부 세계 속에 담긴 내면의 감정, 무의식을 표현하는 것에서 칼 융의 심리학적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본래 전통적인 미술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계의 형태, 색, 사물을 그대로 표현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은 외부 세계에 집중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자칫하면 감정이나 심리적인 깊은 부분을 놓칠 수 있다. 융의 관점에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그리는 것은, 마치 우리가 남의 기준에 맞춰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표면적인 것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반면, 추상회화는 구체적인 형상 대신에 감정, 무의식, 심리적 풍경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추상미술은 외부의 사람이나 사물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혹은 사유하는 작가의 내면 상태를 표현한다. 색, 선 형태가 작가의 감정과 정신을 드러내는 도구가 되어 작가의 무의식과 감정적 경험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내면의 풍경(Emotional Landscape)'을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Emotional Landscape》展에서는 도시라는 공간 안에서 경험하고 느낀 기억 등 심리적 풍경을 추상적으로 화면에 담아내는 구지윤 작가, 사회 표면에 드러나는 감정과 감정 사이에 존재하고 있으나 명명되지 않은 감정 조각들을 다양한 재료를 통해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김한나 작가, 일상에서 마주한 풍경 속 빛을 통해 느낀 감정, 나와 빛을 받는 대상, 그로 인해 생기는 잔상과 빛을 컨트롤함에 따라 표현되는 다양한 형상을 회화로 표현하는 신준민 작가, 온라인의 방대한 정보와 이미지의 끊임없는 흐름과 순환을 회화를 통해 번역하고 기록하는 이윤서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구지윤은 도시라는 장소 안에서 욕망과 기억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풍경을 색채와 선 등 조형요소들이 뒤엉킨 추상회화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대상의 구체적인 묘사 없이 시간을 두고 물감을 겹쳐 그리는 방식을 통해 작업의 레이어가 보이거나 덮이기도 하고 뒤엉킨 형태를 보이기도 하면서 불규칙한 도시의 시간을 끄집어낸다. 
물감을 쌓고 덮고 닦아내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형성되는 화면에는 도시에 대한 단상들의 감각의 색이 덧입혀지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파괴와 생성을 가진 도시를 닮은 색감이 표현된다. 두터운 물감의 질감과 색채의 면, 선이 형성하는 운동감 속에서 평면을 탈피하는 공간형성화의 모습은 형상으로 포착할 수 없는 시간의 축적을 구지윤만의 화법으로 추상회화의 형태로 재구성되어 도시 공간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감각의 기억을 시각화한다. 
회화는 앞과 뒤라는 면이 명확히 주어진다. 작가는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뒷면은 어그러진 형태의 감정이 가진 또 다른 면모로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화면을 자르고 긁어내고 뒷면을 앞면으로 가져다 놓는 리버스의 방식으로 작업한다. 작업을 통해 계속 자르고 붙이고 또 탈락하여 버려진 조각은 김한나에 있어 감정의 찌꺼기임과 동시에 면의 한 측면이라 판단하여 작업의 소재로 사용한다. 
찢긴 면과 조각이 만나는 화면의 조각들은 서로 뭉쳐져 감정의 한 면으로 나타난다. 강렬한 붓질과 독특한 조형작업이 만나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낯선 이미지를 현실로 가져온 김한나의 작업은 크고 작은 긁힘, 뾰족한 측면, 떨어지고 굳은 점성 덩어리 등과 같은 사물의 집합체를 만들어 냈으며, 새로운 존재감을 부여한다.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마주하는 풍경을 현대적인 화법으로 풀어내는 신준민은 '빛'이 품고 있는 풍경에 주목한다. 자신의 기억 속 파편들로 이루어진 상상의 풍경이나 일상 속 익숙한 길에서 마주한 낯선 순간, 동물원과 같은 전시된 자연 등을 주요 소재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였다. 작가에게 빛은 그날의 온도나 바람, 소리, 색채 등 빛과 풍경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각적 형태로 받아들여진 하나의 새로운 감각의 기억이다. 
빛의 순간적인 잔상들로부터 떠오르는 ‘어떤 것’은 신준민의 화법을 통해 캔버스에 담긴다. 빛의 형상은 수많은 붓질이 겹쳐지고 흘러내리면서 형체가 사라짐과 동시에 새로운 형태가 형성된다. 불꽃과 같은 뜨겁고 묵직한 느낌의 빛은 물감의 물성을 얹어내는 방식으로, 차가운 느낌의 빛은 물감을 닦아내는 방식으로 섬세하게 표현한 신준민의 빛은 특정한 형상이 없는 빛이 공간과 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빛의 형상을 포착함으로써 물질성과 비물질성, 구상과 추상의 경계점, 가시성과 비가시성 사이에 교차되는 지점을 회화로 표현한 것이다.
이윤서의 회화는 스마트폰을 통해 접하는 범람하는 정보의 잔상을 재빨리 기록하고 그다음 이미지의 잔상을, 또 그다음의 잔상을 속도감 있게 기록해 나간다. 이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움과 자극을 찾아 빠르게 이동하며 흐르는 깊이가 상실된 오늘날의 풍경을 담는다. 사유의 깊이가 상실된 상태, 빠른 전환 속의 단절이 시각화된 이윤서의 회화는 정보가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맥락을 잃고 와전되고 변형되며 해결 없이 유보된 상태로 축적되기만 하는, 오늘날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보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빠른 붓질 속에 뭉개진 (재현에)실패한 이미지는 쏟아지는 정보의 양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회화라는 매체 자체가 가진 물성을 드러내며 작가의 빠른 화제 전환은 인풋과 아웃풋의 간극을 드러낸다. 즉각적인 사고의 전환을 회화라는 고전적인 매체로 기록하는 것은 생명력이 짧은 현시대의 시각 언어를 과거의 긴 시간 속에서 살아남은 언어를 빌려와 박제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개인 욕망의 표출이기도 하며 크고 빠른 변화 사이에 끼어버린 세대가 현재를 소화하는 방식을 드러내는 자화상이기도 하다.
칼 융이 말한 '자기 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깨어나는 과정'은 현대의 추상회화와 매우 유사하다. 전시 관계자는 "이번 전시의 추상회화는 무의식적 요소들을 직접적으로 시각화하는 미술의 한 형태로 구체적인 사물이나 풍경을 묘사하기보다 대상으로부터의 무의식의 상징, 감정의 흐름을 색과 형태로 표현함으로써 내면의 진실을 살펴본다"며, "이는 융의 개성화 이론처럼 내면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OCTOBER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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