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이재훈-차영석 2인전·민병구 부엉이전 外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이재훈, 반짝, 번쩍, 반짝, 2022, 벽화기법(장지, 석회, 먹, 목탄, 목탄가루, 아교, 수간채색), 135x90cm. 사진제공 = 페이토 갤러리
출처 :아시아경제 (https://view.asiae.co.kr)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이재훈-차영석 2인전 'Line on the Line 선 위에 선' = 선(線)을 작품 주요 조형 요소로, 자신만의 속도로 작업을 새기고 그리는 두 명의 작가, 이재훈과 차영석의 2인전이 페이토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이재훈 작가의 신작 5점, 차영석 작가의 운동화 작업과 더불어 은밀한 습관 시리즈도 함께 선보인다.
선은 점과 함께 가장 기본이 되는 조형 요소다. 선은 색(色), 면(面)과 함께 형태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회화에 있어 선은 그 자체로 하나의 분야를 구축한다. 선에는 방향, 속도, 힘, 장단, 농담(濃淡), 굵고 가는 것, 성김과 빽빽함, 꺾임과 굴곡짐 등 다양한 기교를 통해 감정이나 의욕 등의 정신 표출이 가능하다. 선은 대상의 의미나 표상과 단합하거나 독립적으로 의인화하고 생명력을 부여한다. 이재훈의 선은 즉흥적이고 감각적임과 동시에 선과 선 사이의 질서를 보여준다.
석회와 묵을 사용하여 회벽의 건조하고 거친 물성을 살리고 바위나 건물 외벽에 빠르게 긁어 나간 낙서나 드로잉을 부조처럼 재현해 촉각적인 현실성과 회화성을 획득하면서도 서사를 지운다. 이재훈의 선은 작업을 완성으로 끌어내는 동양적 감각이며 작품에 내재한 구상성과 동양화의 정신성을 화면 위에 표현하는 재현 추상으로 동양화와 추상회화를 합체하고 있다.
종이 위에 연필을 이용해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차영석의 작업은 속도는 느려도 정성 어린 장인의 작품을 보는 듯하다. 숭고한 노동력의 집적을 작가는 ‘우아한 노력’이라 부른다. 소소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기물은 차영석의 연필 선 끝에서 생생하게 재탄생한다. 대상을 그대로 전사하는 것이 아닌 작가의 자의적 해석과 상상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개인적 취향’은 ‘세밀한 선묘’를 통해 작가 고유의 그리기 문법과 스타일을 보여준다.
이재훈과 차영석은 선 긋기라는 행위를 축적해 화면 속 자신의 조형 세계를 전개한다. 채색을 위한 준비단계이자 미완성의 구간이라는 드로잉의 보편적 인식을 타파한 두 작가는 오랜 시간 집적한 선을 통해 현재를 만들고 미래로 나아간다. 전시는 11월 13일까지, 서울시 중구 동호로 페이토 갤러리.